내가 사랑한 캔디 불쌍한 꼬마 한스

내가 사랑한 캔디 불쌍한 꼬마 한스

  • 자 :백민석
  • 출판사 :한겨레출판
  • 출판년 :2021-08-2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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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독자들이 그의 소설을 읽어주기를, 계속해서 읽어주기를, 그리하여 무슨 말이건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결코 할 수 없는 말들을, 나보다 훨씬 더 근사하게. _금정연(서평가)

제4회 김현문학패 수상 작가 백민석의 대표작

《내가 사랑한 캔디》 《불쌍한 꼬마 한스》 합본 출간



《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는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과 《목화밭 엽기전》에 이어 한겨레출판에서 펴내는 백민석 작가의 세 번째 개정판이자 두 권의 장편소설을 합본한 소설집이다. ‘문학나눔’에 선정된 바 있는 장편소설 《교양과 광기의 일기》와 미술 에세이 《리플릿》까지 더한다면, 절필 복귀 후 한겨레출판에서 내는 다섯 번째 책이다.

이번 합본 소설에는, 1995년 등단한 이래 불온한 시대와 자본에 맞서 분노와 상상력으로 글을 써왔던 작가의 책 중 《내가 사랑한 캔디》(1996, 김영사)와 《불쌍한 꼬마 한스》(1998, 현대문학)가 묶였다. 출간 당시 기존의 문학적 풍속을 일그러뜨리며 등장했다고 평가받았던 이 두 소설은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회적 ‘낙오자들’의 절망과 허기를 핍진하게 그리고 있다. 소설 속의 다양한 이미지와 비현실적인 시공간을 통해 작가는 발기부전에 시달리거나 지강헌과 같은 총잡이를 꿈꿀 수밖에 없었던 아름답고 따뜻하고 위대한 ‘비정상’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나는 그저 독자들이 그의 소설을 읽어주기를, 계속해서 읽어주기를, 그리하여 무슨 말이건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결코 할 수 없는 말들을, 나보다 훨씬 더 근사하게.”



서평가 금정연의 이 말은, 새로운 감성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창조했던 이 소설들이 그 시절의 독자들에게, 그리고 지금의 독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함을 기대케 한다.



“우리가 비정상인 건 정상이에요, 선생님”

《내가 사랑한 캔디》



《내가 사랑한 캔디》는 작가 백민석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세대의 초상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대학 입시, 학생운동, 키치 문화, 동성애 등을 소재로 하여 당시 세대를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나’와 ‘캔디’는 고교 동창생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허름한 다방 ‘마이클스 하우스’에서 몰래 만남을 이어간다. 하지만, 공부를 포기한 채 책 대신 ‘마이클들’에 빠진 캔디만을 탐독하던 ‘나’는 결국 입시에 실패한다.



고교 3년 내내 나는 봄을 교실이나 교실 창밖 베란다에서 맞곤 했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뭔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봄을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닭똥집이나 돼지고기 꼬치들 앞에서 맞고 있었다. _본문 중에서



‘나’는 일곱 평짜리 꼬칫집과 무수히 많은 과일과 야채 박스를 날라야 하는 청과물 시장에서 일하며 ‘재수’ 생활을 한다. 대학생이 된 ‘캔디’와는 전교조 교사인 ‘고릴라 한 선생’의 병문안을 끝으로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그다음 해 결국 대학에 들어가지만, ‘나’는 ‘총잡이 소설’을 쓰는 것 대신 화염병을 들고 학생운동 가두 투쟁의 맨 앞에 서는 걸 택한다. 그리고 어느 날, 이한열, 김귀정의 흑백 초상을 지나서 들어간 카페 ‘지리산’에서 ‘캔디’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캔디’ 앞에 선뜻 나설 수 없다. ‘캔디’는 예전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다.



나는 웃음이 터져서 더는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잠시 후, 나는 마침내 이렇게 소리 질렀다. “캔디가 죽었어요!” “캔디가 죽었단 말이에요, 방금!” _본문 중에서



소설은 ‘나’와 ‘캔디’가 사귄 3년여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나’와 ‘캔디’ 외에도 ‘반장’, ‘고릴라 한 선생’ 등이 살아가는 이 세계는 의견을 제시하거나 시비를 걸거나 혐의를 떠넘기거나 소동을 벌여선 안 되는 ‘정상’의 세계다. 무엇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도 그걸 숨기기 급급한 발기부전의 세계이다. 다방 〈마이클스 하우스〉에서만이 겨우 가능한 세계, 자신이 믿던 가치관이 무너지고 가야 할 방향을 잃은 후에야 비로소 다다를 수 있는 ‘어른’의 세계이다. 그러니까, ‘나’도 ‘캔디’도 절름발이가 되어야만 하는, ‘우리 불쌍한, 세계’이다. 그 세계에서 ‘나’와 ‘캔디’는 동성애를 한다. 남자이자 남자로서 남자를 사랑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려면 그 사랑을 멈춰야 한다. “뽀뽀는 그만하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던 다방 DJ의 말처럼 〈마이클스 하우스〉조차 이젠 소년이 아닌 그들을 받아줄 수 없다.



나는 남자며 캔디도 남자인데, 캔디는 내 애인이고 나는 그 남자 애인의 새 여자 애인을 질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_본문 중에서



‘캔디’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캔디’는 우리 모두의 첫사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불쌍한, 세계’는 불행히도, 현재 진행형일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는 거죠? 왜 저도 反長도 캔디도 아저씨도 항상 머저리에다 바보일 수밖엔 없는 거죠? 호모가 아니면 발기부전 아니면 변태일 수밖에 없는 거죠? 왜 항상! 왜 다들 그렇게 될 수밖엔 없는 거죠? _본문 중에서



“그 얘기를 내가 이해해줄 거라 생각했어요?”

《불쌍한 꼬마 한스》



《불쌍한 꼬마 한스》는 정신과 상담을 받는 피상담자인 ‘나’와 상담자인 ‘정신과 의사’의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일종의 심리 상담 소설이다. 또한, ‘나’와 ‘선애 씨’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연애소설이며, ‘도서관 소년’이 ‘어른’이 되는 성장소설이다.

어느 날, ‘나’는 ‘의사’에게 ‘여기서 저기로 살짝 옮겨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한, 도서관 창밖의 하늘을 느릿느릿 휘저어 가는 ‘생선 가시’를 보았던 일화도 들려준다. 의사는 보통의 의사가 그렇듯이 그것들에서 어떤 암시를 찾고 싶어 할 뿐 ‘나’의 말을 믿지는 않는다. ‘나’는 두 달에 걸쳐 상담을 받지만 의사는 늘 실망스러운 가설만을 내놓는다. 어느 날, ‘나’는 깨닫는다. 결국, 이것은 ‘생선 가시’와 ‘나’의 문제라고.



의사의 견해를 인정했다면 뭔가 달라졌을지도 몰랐다. 생선 가시는 환각일 뿐이고, 여기서 저기로 3, 4센티미터쯤 살짝 옮겨지는 현상은 뒤틀린 시공간 감각 때문이라는 견해 말이다. 인정했더라면 상담은 계속 되었을 터였다. 그 환각의 원인, 내 마음의 병을 찾기 위한. 약도 먹었을 터였다. 그 뒤틀린 감각을 교정하기 위한. 어쨌거나 나는, 환각도 뒤틀린 감각도 아니라는 쪽으로 단호했다. 차라리 생선 가시는 실재하는 미지의 괴물이고, 여기서 저기로 살짝 옮겨지는 현상은 실재하는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맘 편히 여기기로 했다. 나는 생각했다. ‘정신과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내가 바보였어.’ _본문 중에서



‘불쌍한 꼬마 한스’의 ‘한스’는 프로이트의 피상담자였던 다섯 살 소년이었다. 프로이트는 소년이 갖고 있던 말에 대한 공포가 아빠를 향한 증오심의 상징적인 표현이라며, 한스가 아빠를 죽이고 엄마와 섹스하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해석은 꼬마 한스가 아니라 한스의 아빠가 보낸 편지에 의한 거였다. 프로이트는 정작 환자인 꼬마 한스를 딱 한 번밖에 만나보지 않았다. 소설 속에서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물론, 이 이야기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신과 상담을 받던 ‘나’가 정신과 상담이 아닌 비슷한 일을 겪은 ‘선애 씨’에게서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했다. 십몇 년 전, 생선 가시를 처음 보았던 때로. ‘애당초 남의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내가 바보였어.’ ‘그건 온전히 생선 가시와 나와의 일이니까 말이야.’ _본문 중에서



고양이를 잡으려고 언제나 빠르게 걸어 다니는 신경정신과 간호사인 ‘선애 씨’와 ‘이곳에서 저곳으로 자주 옮겨’지고 ‘생선 가시’를 보는 정신과 외래 환자인 ‘나’는 마치 짝을 이루듯 닮아 있다. 그렇게 둘은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선애 씨’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생선 가시’가 나타나듯이 ‘나’에게 아무 말도 없이 미국으로 떠난다.

비록, ‘선애 씨’는 미국으로 갔지만, ‘나’는 ‘나’와 ‘생선 가시’에 대해 스스로 설명을 내놓는다. 그것이 계속해서 자신을 지켜봐주길 바라는 어떤 시선에 대한 욕망이 빚어낸 것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선가시’를 보고, ‘선애 씨’는 ‘고양이’를 본다. 그러나 ‘나’도 ‘선애 씨’도 상대방의 그것을 완전히 볼 수는 없다. ‘나’도 ‘선애 씨’도 그리고 ‘우리’도 상대방의 그곳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정도의 나쁜 소식은 누구에게나 있다”라는 ‘선애 씨’의 말에서 우리는 모두 묘한 위로를 받고 비밀을 들키게 된다.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현대화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어쩌면 ‘나’만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작가는 ‘나’의 입을 통해 말한다.



이젠 누가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않을 자신이 있어. _본문 중에서



그리고 다시 ‘나’의 입으로 말한다.



정말 그럴까? _본문 중에서



이 의심이 계속되는 한, 이 의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는 한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생선 가시’와 ‘고양이’를 보게 될 것이다. ‘고양이에 가까운 어떤 것’에 대해 ‘생선 가시에 가까운 어떤 것’에 대해 비밀을 털어놓게 될 것이다. 정신과에 가는 대신, 아주 친하지는 않지만 같이 있으면 위안이 되는 누군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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