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문

기억의 문

  • 자 :주원규
  • 출판사 :한겨레출판
  • 출판년 :2021-08-26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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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 있는 땅을 낯설게 만드는, 강력한 소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주원규의 신작 장편소설



《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 작가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 《기억의 문》이 출간되었다. 코엑스에서 벌어지는 게임 같은 현실을 통해 승자도 패자도 모두 ‘열외인간’이 되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열외인종 잔혹사》를 지나, 이번 장편소설 《기억의 문》에서 작가는 기억 전달이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아이 ‘조민’, 그를 뒤쫓는 택시 운전사 ‘정인’, 경찰 ‘재우’, 비밀단체 ‘A’의 각기 다른 욕망을 통해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폐되어야만 했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라는 수식어를 입증이라도 하듯 특유의 압도적인 서사에 ‘추리소설 기법’이란 엔진까지 장착하고 이야기의 터널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소설은 시속 2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구형 소나타 택시에 올라타 거대한 지옥도로 묘사되는 대한민국의 곳곳을 누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를 향한 비판적 시선과 함께 ‘돈 앞에서 무엇으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추리적 재미와 분명한 주제의식, 세밀한 스토리가 더해진 《기억의 문》은 하드보일드적인 매력과 사회파 미스터리의 진정성이 합쳐진 보기 드문 작품이다. 장강명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우리가 서 있는 땅을 낯설고 두렵게 만들고야 마는, 강력한 소설”임에 틀림없다.



“그걸 알고 싶어서 찾는 거예요. 뭘 말이야? 내가 왜 살인 기계가 되었는지. 그걸 묻고 싶어서.”

참혹한 현실에서 살아 돌아왔고 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기억의 문》에 나오는 인물들과 단체에게는 ‘과거’라고 불리는 ‘역사’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 과거를 은폐하고 망각하며 돌아보지 않는다. 그중 유독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피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유령처럼 살았던 주인공 정인이다. “그녀의 유년은 공포와 두려움, 그 자체였다.”, “자신을 낳아준 이가 누구인지, 자신이 어째서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81쪽) 정인은 옆집 아이 조민을 만나면서 묻어두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화재 사고로 조민이 죽자 자신의 숨겨왔던 과거와 대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궁금증을 느끼기에는 죽음이 너무 가까이 있었다”(81쪽)고 고백했던 정인이 조민의 죽음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찾기로 결심한다. 정인은 평범한 택시 운전사의 일상에서 다시 피가 낭자하는 잔인한 과거의 삶으로 돌아간다. 과거를 찾기 위해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예전의 정인은 한사코 과거에서 멀어지려고 총알택시를 몰았다면 이제 정인은 과거에 가까워지려고 구형 소나타 택시의 속도계를 끝까지 끌어올린다. 사당-수원만을 오갔던 정인의 거리는 안산, 정선, 거제도, 오대산, 시흥, 지리산, 인천 송도로 확장된다.

정인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기준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괴물로 보여진다. 알코올중독자 ‘조강윤’, 정선 카지노 관리자 ‘강폴’, 다단계 회사의 ‘백영광’, 통나무 장수 ‘양순구’, ‘야왕’, ‘붓다’, 면허취소된 의사 ‘카르멘’, 비밀단체 ‘A’의 ‘함문형’과 ‘정 부장’, 종교단체 ‘기적도화회’의 ‘윤철우’ 등은 영화에 나오는 잔인하고 색깔 짙은 인물들에 가깝다. 그러나 《기억의 문》이 보여주려는 건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인물들이 아니다. 정인을 발목이 부러지고 부메랑에 손목이 베이고 기력이 죄다 휘발되면서까지 ‘무자비한 액션을 난사’하게 만든 것은, 잔인한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이 짧게나마 자신들의 과거를 마주하고 돌아봤으면 하는 작가의 진심 때문이다.



“문제는 그 모순을 받아들이는 태도겠죠.”

A는 무엇일까? 단체? 개인? 결사단체? 비밀조직?



주인공 ‘정인’과 ‘재우’는 ‘조민’의 뒤를 쫓다가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정체불명의 단체 ‘A’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A’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도대체 A는 무엇일까? 단체? 개인? 결사단체? 그도 아님 비밀조직?’”(393쪽) 재우는 실체를 알 수 없는 ‘A’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설령 그 아이를 찾는다 해도 A가 자신을 놓아줄지 재우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용 가치가 떨어지자 살해해버린 고동식 검사의 운명이 자신의 미래가 될 수도 있었다.”(398쪽)

‘A’의 수문장 격인 함문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A에 대해 조금 알게 된다. “A라는 말. 편의상 붙여진 이니셜에 불과합니다. 우두머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시하는 자도, 지시받는 자도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해요.”(464~465쪽) ‘A’는 한 단체에 의해 구체화되는데 그 구성원은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 원로회, 퇴역 장성, 전경련 간부 같은 꼰대 노릇 한다는 인물들”(396쪽)이다. 우리는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돈과 권력을 쥔 계급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소설은 ‘A’의 모든 기록을 왜곡의 역사로 보며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원래 A들은 진실을 감추려는 속성을 가져요. 말한다 해도 절반의 진실만 밝힌다고 해야 하나.”(499쪽) ‘A’에 대해 끈질기게 기록하려는 이 소설이 ‘A’의 반대편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소설에 나오는 생생한 대사와 인물,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인과 조민의 정체가 드러나고 A의 음모가 공개되고, 재우를 곤경에 빠뜨렸던 배후가 밝혀지면서 소설은 더욱 흥미진진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소설을 읽는 우리에게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기억의 문》은 ‘A’를 탓하는 소설도 ‘B’를 위한 소설도 아니다. 그저 사건의 실체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하는 작가의 진지한 고찰이 담긴 진실의 전달자 같은 소설이다.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켜내는 게 중요해.”

파국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했다. 원점으로 되돌아온 기분이었다.”(487쪽) 소설의 막바지에 나오는 정인의 독백은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사는 인생 또한 작중 인물들이 숱하게 피워 뱉는 담배 연기처럼 허공으로 흩어지는 거라고 말하는 듯하다. ‘유토포스’도 ‘토포스’도 아닌 장소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인이 서게 된 곳은 원점이 아니다. 정인이 아파트 복도에서 조민을 만났던 때부터 직속상관인 한창민이 했던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켜내는 게 중요해”라는 말을 떠올렸던 그 순간부터 정인이 서 있는 곳은 결코 원점이 될 수 없었다.

작가는 아픈 과거를 혹은 누군가를 아프게 했던 과거를 그저 잊으려고만 하며 도돌이표처럼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정인이 그랬던 것처럼 조민을 찾아 나서라고, 결코 지나치지 말고 마주하라고 말이다. “난 누군가의 기억이고 누군가의 희망, 기다림”(441쪽)이라고 말하는 각자의 ‘마음속 아이’를 만나라고 말이다. 《기억의 문》은 마지막 장을 덮는 우리에게 유토포스든 토포스든 그곳이 어디든, 지키고 싶은 과거가 있고 참혹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그것이 희망이건 아니건 따위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성장강박증에 걸리고 부조리로 흥건한 이 파국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고 한 발짝 더 나아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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