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 시골에 40일만에 뚝딱 집짓기

서울여자, 시골에 40일만에 뚝딱 집짓기

  • 자 :양연지, 김집
  • 출판사 :책만드는토우
  • 출판년 :2020-03-09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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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자 전자책 발간에 즈음하여



서울여자 집은 2011년 3월2일 시작해서 다음 달 4월11일 끝났습니다. 해서 이 책의 제목을 『서울여자 40일만에 뚝딱 집짓기』로 정한 이유입니다. 이 글을 2020년 3월2일 쓰니까 서울여자 집을 시작한지 딱 9년이 흘렀습니다.

이 책을 다시 꺼내보게 된 것은 서울여자 책을 전자책으로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9년이 흘렀으니 그사이 목조주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1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할 정도로 빨리 변하는 세상입니다.

목조주택 역시 많은 변화가 있지만 목조주택이라는 그 근간을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엽적인 문제, 즉 자재라든지 재료라든지 시공방법에 일부 변화가 있을 뿐입니다. 집은 오랜 세월 현장에서 혹독하게 검증받으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온 분야여서 그리 쉽게 변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 빠르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바둑을 좀 두는 저로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바둑대결을 한다고 해서 웃었습니다.‘설마가 사람잡는다’는 말은 딱 이럴 때 쓰는 말이었습니다. 또 구글 어시스턴트는 영어를 못해도 중국어를 못해도 동시통역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세상은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집만은 예외입니다. 하루아침에 없던 집이 뚝딱 생기는 그런 세상은 오지 않습니다. 다만 모듈러주택은 더 활성화될 것입니다. 인건비가 비싼 현실에서 공장에서 벽체는 물론 지붕까지 모든 작업을 마친 후 현장에 와서 조립해서 완성하는 방식은 더 활성화될 것입니다. 미국의 목조주택이 사실 이런 방식입니다. 모든 자재가 규격화되어 있어 조립만 하면 되는 시스템으로 개발된 것이 미국식 목구조주택이니까요.

서울여자 책을 전자책으로 내면서 지금 시점에 맞지 않는 내용이 일부 있었습니다. 수정을 할까 망설이다가 하지 않았습니다. 9년 전 그러니까 2011년 서천현장에서의 목조주택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매뉴얼로 지었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나름 의미 있다 여겼기 때문입니다. 기록이라 함은 그 당시의 시대상을 있는 그대로, 설령 오류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할지라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제1의 가치일 테니까요.

저는 제에게서 집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저는 집과 함께 살아왔으니까요. 그러나 집은 지을수록, 집을 알면 알수록 더 어렵습니다. 심지어 겁이 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서울여자님도 ‘죽을 운이 들었을 때 집을 짓는다’는 말을 오죽하면 했겠습니까. 집은 대한민국에서 짓지 않을 수 있다면 짓지 않고 살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아파트공화국’이라고 합니다. 차라리 그 말을 기꺼이 듣고 살지언정 집을 짓는 일만은 피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나라는 집을 짓고 싶은 건축주를 위한 건축 혹은 시공 매뉴얼이 없습니다. 건축주와 건축사 그리고 건축주가 머리를 맞대고 자신이 지을 집에 대해 의논을 하고 설계를 하고, 설계한대로 집이 잘 지어지는지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 마디로 집을 짓기 위해 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하여 건축에 문외한인 건축주가 현장에서 알지도 못하는 건축과정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건축비도 공정별로 주는 것으로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만 공정률이 알지 못하니 시공업체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집 짓고 10년 늙는다’는 말이 언제 적 이야기입니까? 3~40년 전에 있었던 말이 2020년에도 여전히 통용되고, 이 이야기에 집을 지어봤던 건축주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면 뭐가 잘 못 되도 한참 잘 못 된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집을 짓는다는 것은 내 남은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의 도박입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집을 짓지 말고 그냥 사십시오. 그럼에도 전원에 가서 살아야 한다면 이 세 가지만을 명심하십시오.



첫째, 집을 작을수록 좋다.

둘째, 집은 2층보다 1층이 좋다.

셋째, 집은 단순할수록 좋다.



이 세 가지만 명심 또 명심하십시오. 집을 짓게 되었는데 모든 준비가 다 완벽했지만 죽을 운이 들어 집을 짓게 된 것처럼 집 짓는 일이 잘 못 되었다 할지라도 작게 지으면 됩니다. 작게 단층으로 단순하게 지으면 집에 혹은 집짓는 일에 문제가 생겨도 작은(?) 일이 됩니다. 인생은 가장 안 좋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하니까요. 집을 작고 단층으로 단순하게 지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우리의 인생의 마지막은 아파트도 전원주택도 아닌 요양병원에서 맞이할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전원주택은 내 인생에 잠시 거쳐 가는 정류장입니다. 그 정류장에 잠시 머물다 타게 될 버스의 종착역은 요양병원입니다. 그곳에서 보내게 될 시간은 가늠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돈은 내 목숨 값이고 내 존재의 의미입니다. 지금은 100세 시대입니다.

아무튼 전원주택을 꿈꾸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원에서 사는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살면 살지 못 살 이유가 없다는 분들 저도 많이 만납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가서 살아보는 것과 그곳에 집을 짓고 실제 사는 것과는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있습니다. 집을, 작고 단순한 단층으로 별 탈 없이 지었다 할지라도 다 끝난 게 아닙니다. 하루가 너무 긴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소일거리로, 어떤 취미생활을 하며 한 달을 1년을 10년을 살 수 있을까요? 어쩌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고 하루하루 시간을 죽이며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집은 짓고 살아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전원에서의 삶 역시 그곳에서 살아보기 전까지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래서 집을 짓는다는 것, 전원에서 산다는 것이 내 남은 인생을 거는 일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2020년 3월2일

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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